작성일 : 19-08-18 11:19
예전의(10여년전) 인터뷰 기사
 글쓴이 : 자유비행대
조회 : 155  

자유를 꿈꾸며 하늘을 날다

- ⌜자유비행대⌟의 손건수 -


1. 만남..


  늘.. 놀이기구를 즐기는 사람들이나 뭔가 만유인력의 법칙에 반항하고자 하는 스포츠나 레저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지극히 하향평준화(?)를 지향하는 사람의 하나로서 오늘의 인터뷰 대상을 만나러 가는 발걸음이 그리 가볍진 않았다. 너무 스포츠를 대하는 방식이 강렬하진 않을까, 뭔가 평범함을 가장한 특수함이 존재하진 않을까 하는 우려를 약간 안고서 그를 향해 출발했다. 
 손건수(47세)씨는 현 풍납중학교 과학교사이며 동시에 자유비행대(행글라이딩과 패러글라이딩 스쿨 및 클럽)를 책임지고 있는 22년 경력의 항공  스포츠인이다. 한 가지 종목을 이리도 오랜 세월 푹 빠져서 할 수 있다는 것은 과연 그 스포츠의 매력 탓일까? 아니면 그의 타고난 기질 탓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이런저런 호기심과 조금은 특이한 스포츠의 세계를 접한다는 기대감으로 늦어진 약속시각을 미안해하는 척하며 그가 기다리는 교무실의 문을 두드렸다.




2. 하늘을 날다


<팽>언제부터 왜..도대체 무슨 연유로 시작하게 된 것인가요? (두 눈을 반짝이면서..진짜 궁금함)

 88년부터 시작했습니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서 늘 마음만 가지고 있다가 대학 졸업 후에 겨우 시작했습니다. 날고 싶다는 동경이 크게 좌우한 거죠. 거의 모든 사람들의 본능적인 생각이 아닐까요?


글쎄다. 이 부분에서 인간 본질의 다양성이 절실하게 느껴졌다. 날고 싶다니..라이트형제의 자손인가? 그런 본능이 전혀 없는 나로서는 놀라울 따름이다.


  쉽게 접근을 할 수가 없어 졸업 후 등산을 주로 다니다가 백두대간 종주 등 혼자 산행을 시작했는데 영 심심했습니다. 이건 아니구나 싶었던 거죠. 행글라이딩 하는 곳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아 겨우 114를 통해 안내받고 혼자 찾아갔습니다. 제가 처음 배울 때는 행글라이더는 원년멤버들에게 겨우 보급이 되어있던 상태였고 패러글라이딩은 낙하산의 개념으로 막 시작되던 시기였습니다. 그만큼 활공할 수 있는 바탕이 안 되었던 시기였죠^^ .

  제가 배우던 곳의 회원이 인명사고로 클럽이 폐쇄되기도 하고 기껏 구입했던 장비가 쓸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기도 하고..우여곡절 끝에 패러글라이딩 100회 정도를 하고나니 행글라이더에 대한 욕심이 생기더군요. 이 사람 저 사람을 통해 거의 동냥 수준으로 한강둔치에서 지상훈련을 열심히 했습니다. 어느 정도 패러글라이딩에 대한 경험도 있고 해서 행글라이딩이 그리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도전을 했는데.. 행글라이딩을 처음 3-4회 정도 할 때까지는 어서 빨리 내려갔으면 할 정도로 너무 긴장을 해서 재미를 느낄 수 없었지요. 한 5회 정도가 되어서야 비로소 그 맛을 알게 되고 슬슬~ 재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는 어떻게 하면 좀 더 오래 떠 있을 수 있나를 생각하게 되었어요(웃음).


  그는 자신의 화려한 수상경력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안했다. 음~가진 자의 여유로움인가? 훈련 중의 교육생들에게는 무섭고 엄한 교관으로, 회원들에게는 좋은 회장님으로 통하는 그는 자기 홍보에는 인색한 사람이었다.


 행글라이딩을 4-5년 하다 보니 자꾸 하나 둘씩 회원 수가 줄어서 언제부터인가 혼자 하게 되더군요. 동호인 개념의 모임보다는 스쿨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거죠. 행글라이딩만 해서는 회원 수를 늘릴 수 없을 것 같아서 아무래도 좀 더 접근이 쉬운(여성들도 많이 할 수 있는) 패러글라이딩도 병행하게 되었습니다. 초창기에는 거의 무료교육을 많이 실시해서 회원 수 확보에 주력했죠. 지금은 자리를 잡아서 체계적으로 스쿨로서의 기능과 클럽으로서의 기능을 동시에 하고 있어요.


<팽>사람들과의 만남과 경험의 공유라는 즐거움을 제외하고 행글라이더나 패러글라이딩 자체로서의(단순한 비행이 주는 의미) 느낌은 어떤가요? 혹시 반감되거나 식상함은 없나요? 지겨울 듯도 한데..(웃음)

  지금도 하루 종일 교육생들에게 교육하느라 비행을 못하면 그 다음 한 주가 상쾌하지가 못해요. 그래서 패러글라이딩이든 행글라이딩이든 어떻게든 한번이라도 비행을 하려고 하고 있지요. 제겐 한 주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됩니다.

<팽>활공스포츠에 대해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사고에 대한 우려를 많이 합니다. 주변사람들의 반응은 어떤지, 사고의 경험은 없었는지 궁금하네요.

  처음에는 걱정하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지금은 가족들과 주변사람들의 이해를 많이 받는 편이죠. 철저한 훈련과 사전준비를 한다면 큰 사고 없이 저처럼 즐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활공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작은 상처나 부상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겠죠~

  저도 한번은 패러글라이딩에 대한 강한 자신감으로 선수용 패러글라이딩의 특성파악이나 공부 없이 몸으로 때운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비행한 적이 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무모했던 부분이 컸죠. 선수용 패러글라이드가 한쪽으로 접히면서 회복을 못한데다가 비상용 낙하산을 펼쳤는데 펴지지 않는 거에요. 사실 낙하산을 주기적으로 재포장을 해주어야 하는데 저의 안전 불감증으로 몇 년을 그냥 방치해 두었으니 당연한 결과였죠. 이젠 죽었구나 싶었는데 마지막에 기체가 회복되어 겨우살아났어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팽>그런 사고가 나게 되면 어떤 변화가 오지 않나요?

  위기가 닥치면 그만두는 경우도 있지만 크게 배우게 되는 거죠. 왜 이런 일이 생기나 공부도 하고 이리저리 알아보게 되고 조심하게 되지요. 그 결과 요즘은 저희 팀의 제1수칙이 안전 비행입니다. 교육을 할 때도 비록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교육을 하고, 회원들에게는 자신의 장비를 철저하게 주기적으로 체크하게 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안전하게 오래 오래 비행하는 것과 과감하게 비행해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바람직하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는데, 사실 어느 쪽이 옳다고 말하기는 좀 어렵네요. 각각 장단점이 있는 부분이다 보니.. 그런데 저도 세월이 많이 지나서 그런지(웃음) ..이젠 안 다쳐야 오래 탈 수 있다는 생각에 무리하게 비행하기 보다는 자제를 많이 하게 되더군요.


  그의 이런 긍정적인 자세와 배우고자 하는 신념이 22년 동안 지속하게 된 힘의 원천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스포츠 종목이든지 하다보면 슬럼프도 생기고 회의감도 들기 마련인데 열정이 넘치는 그 앞에서는 통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 열정에 이제 세월의 깊이마저 더해져 패러글라이딩&행글라이딩과의 은혼식(25주년)이 가능해져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3. 활공스포츠의 미래


<팽>패러글라이딩 국내 선수선발 문제나 랭킹산출 문제에서 아직 불협화음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격증도 지금 통일이 안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활공스포츠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런 부분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국가대표 선수 선발과 랭킹 기준이 아직도 완벽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러 협회 관계자들이 노력하고 있는 현실에서 앞으로 점점 개선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팀 같은 경우에도 직업으로 하는 전문선수는 없지만 이 부분에 대한 관심은 큽니다. 조만간  정착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자격증 부분도 한국활공협회와 국민생활체육 전국패러글라이딩 연합회 양쪽에서 발급되고는 있지만 발급기준과 엄격성을 고려한 단체의 자격증이 더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한 기관으로 통합되면 더욱 공신력이 생기겠죠.

  패러글라이딩이 사단법인 대한민국항공회 산하 한국활공협회로 국토해양부와 문광부산하 대한체육회 양 쪽에 가입되어 있는데, 이는 활공스포츠가 일반 생활체육종목이라고 보기에는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철저한 교육과 자격증이 필요한 스포츠이고, 전문적인 통제 하에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 위치가 애매해지는 거라 생각합니다. 대한민국항공회도 그렇고 국제적인 단체인 FAI(국제항공연맹)도 IOC(국제 올림픽위원회)랑 별개로 운영되기 때문에 항공스포츠로서 두 종류의 단체에 다 걸려있는 것이죠. 사실 국제적인 경기도 FAI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대한체육회 아래로만 편입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2008년도 제1회 아시아 비치게임출전도 그런 방식이었습니다. 가맹단체가 아닌 단체가(현재 준가맹 단체로 등록됨) 대한체육회의 이름으로 처음 출전했어요. 전례가 없는 일이었죠. 확실한 정착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아마 앞으로 가닥이 잡힐 것 같습니다.


<팽>활공장 지원이나 대중화를 위해서는 생활체육으로 인정되는 점이 더 낫지 않나요?

 물론 그 부분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뭐든지 장단점이 있는 것이라.. 생활체육으로 인정되어 활공장이 체육시설로 인정만 된다면 지자체의 지원도 받을 수 있고 활공장 관리 면에서도 혜택을 볼 수 있겠죠.

 

<팽>대중적인 스포츠가 아닌 고급스포츠로서의 이미지를 어떻게 깰 수 있을까요?

 (웃음)실제 활동을 하신다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실 거에요. 진짜로 부유한 사람들이라면 오래 살고 싶은 욕심에 이런 위험한 스포츠 하지 않을걸요~ 아마 스키보다도 더 저렴한 스포츠라고 자신할 수 있어요. 교육기간 중 노동 강도도 강하고 위험부담도 있지만 하루 종일 강습해 주는데 8주에 45만원 정도고 다른 일체의 비용이 없으니 비싼 스포츠라 할 수 없겠죠^^


<팽>운영하시는 자유비행대의 특징과 다른 클럽과의 차별화된 운영방식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행글라이딩과 패러글라이딩을 같은 비율로 하는 팀은 유일하게 저희 팀밖에 없습니다. 양쪽을 둘 다 할 수 있다는 장점. 아주 큰 장점이죠. 그리고 역사만큼 교육에 대한 노하우도 축적되어있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일대일 맞춤교육은 아마 다른 직업스쿨은 불가능할거에요. 다들 자기직업을 가지면서 주말에만 교육을 하기 때문에 빨리빨리 얼렁뚱땅 할 필요가 없는 거죠. 시간에 쫓기지도 않고..정석대로.. 저희 스쿨에서 교육 중에 다치는 경우는 패러글라이딩의 경우 한 번도 없었어요. 패러글라이딩 7명,. 행글라이딩 3명의 전문교관이 일대일 강습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연락주시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직업스쿨이 아니어서 교육비도 물론 저렴하답니다.


                   

4. 3차원의 공간 속으로 

<팽>하늘을 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일단 제가 과학 쪽이라 그리 설명하겠습니다. 평상시는 평지에서 2차원적으로 생활한다면 이것은 3차원의 개념입니다. 땅에서 보던 세상이 아닌 거죠. 고도를 오르내리면서 3차원의 공간에서 활동을 하다보면 시간의 개념이 아주 중요해집니다. 아주 순간의 차이로 공간이 달라져요. 그 느낌에 처음 하늘을 나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와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 마치 지구에 살다가 외계로 나가서 다시 지구를 내려다보는 느낌. 그 매력은 설명할 수가 없어요. 다른 차원의 세상에 대한 맛을 느끼게 하는 스포츠라면 이게 바로 인류 최후의 스포츠가 아니냐는 생각이에요. 저는 이 이상의 도전은 없다고 봅니다. 이걸 하다가 다른 스포츠에 빠져들 수가 있을까요? 그만둘 수는 있지만 아마도 잊지는 못할 거에요. 그래서 다시 복귀하는 경우도 많고.. ‘우리끼리는 뽕 맞았다’라는 표현을 쓰죠(웃음). 온 종일 찬바람을 맞아가며 쨍쨍 내리쬐는 햇볕에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사서 고생하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그거죠.


  22년을 함께 해왔는데 이젠 끝까지 같이 가야 되지 않겠냐면서 웃는 그의 얼굴에서 행복감이 묻어났다. 그와 얘기를 한 시간 넘게 하다 보니 은근히 그의 중독증(?)이 전염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고소공포증인 나도 텐덤 패러글라이딩(2인용)을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슬쩍 뒷머리를 스치고 ...후딱 돌아가서 빨리 잊어야겠다^^. 



                                                                                                   
                                                                                                                 2010. 3. 15.  이른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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